층간소음 때문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아이가 10시 넘도록 뛰지를 안나"라는 글을 붙인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정반대 판단을 내렸다. 같은 사실에 대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무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유죄라는 흥미로운 결론이 나온 판례다. 층간소음 갈등이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지 상세히 알아보겠다.
의정부지방법원 2018노3229 판결 - 층간소음 명예훼손 1심 무죄에서 항소심 벌금 30만원 처벌
사건 개요 - 엘리베이터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
2019년 9월 27일 의정부지방법원 항소부에서 선고된 이 사건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이다. 사건번호는 2018노3229이며, 원심인 의정부지방법원 2018고정880 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A는 남양주시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위층 거주자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피고인은 평소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 D호 거주자인 피해자 E씨 및 그 가족들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2017년 6월 1일 오후 10시경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게시판에 문제의 글을 게시했다. 또한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적 불만 표출이 어떻게 형사처벌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내용은 "D호, 정말로 늦은 시간까지 밑에 있는 사람한테 배려좀 해줄수 없나요, 아이가 10시 넘도록 뛰지를 안나, 어른이 쿵쿵 걸어다니질 안나, 정말로 인간답게 좀 살자구요"였다. 이 글은 친필로 작성되어 아파트 주민들이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 게시되었다.
1심 판결 - 무죄 선고
의정부지방법원 2018고정880 사건에서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법원은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의 허위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 무죄 판결의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자신이 적시한 내용은 진실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더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게시물 내용이 허위라거나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 -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유죄
의정부지방법원 항소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3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추가했고, 법원이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무죄 유지
항소심 법원도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이 적시한 내용은 진실하다고 변명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는 과정에서 상호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피고인이 한국환경공단에 층간소음 상담을 신청한 점 등을 고려했다.
더구나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당일 친지들과 함께 1시간 정도 있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게시물의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무죄로 판단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유죄 인정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같은 행위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는 유죄로 인정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성립하는 범죄다. 다만 형법 제310조에 따라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법원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특정되었는지 먼저 검토했다. 그리고 사건 당시 D호에는 취학 전 아동 한 명과 어른 세 명만이 살고 있어 집단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한 아파트 주민들이 D호 거주자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대상이 특정되었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 사유 불인정
피고인 측에서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형법 제310조에 의한 위법성 조각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위법성 조각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두 차례 피해자를 찾아가 층간소음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이나 항의를 했다는 점이다. 그 후 엘리베이터에 게시물을 게시한 것은 앞서 피해자를 대면해서 한 부탁이나 항의의 연장선에 있는 행위라고 보았다.
둘째, 게시물의 내용을 보더라도 공동생활을 하는 아파트 거주자 전체에 대하여 층간소음의 자제를 촉구하는 취지의 내용은 없었다. 오직 피해자 등 D호 거주자가 층간소음을 유발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만 있어 주로 개인적인 목적이나 동기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양형 이유 - 집행유예 선고 배경
법원이 벌금 3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양형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불리한 정상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는 2012년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했다. 이는 피고인이 같은 유형의 범죄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유리한 정상
반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도 상당히 인정되었다. 첫째, 피고인이 위 벌금형 이외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이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었고, 이 사건 당일에도 실제로 층간소음이 발생하여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이 사건 게시물에 나타난 명예훼손적 표현의 정도가 경미하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게시물 내용이 욕설이나 모독적 표현을 포함하지 않고 비교적 점잖은 어조로 작성되었다는 점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허위사실적시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차이점
이 판례는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차이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여야 하고, 피고인이 그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해야 한다. 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적시한 "아이가 10시 넘도록 뛰었다", "어른이 쿵쿵 걸어다녔다"는 내용이 허위라고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공개된 장소에 게시하여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층간소음 갈등의 적절한 해결 방법
이 판례는 층간소음 문제를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하려다 범죄자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피고인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실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다.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먼저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관리사무소를 통한 조정이나 층간소음분쟁조정위원회 등 공식적인 분쟁 해결 기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공개된 장소에 특정인을 지목하여 비난하는 글을 게시하는 것은 명예훼손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층간소음 판례 모음 층간소음 해결방법 및 보복 현실적인 방법 10가지글을 마치며
이 판례는 층간소음이라는 일상적인 갈등이 어떻게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특히 같은 사실에 대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무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유죄라는 상반된 결론이 나온 점이 흥미롭다.
이는 명예훼손죄가 반드시 허위사실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진실한 사실이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공개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다만 형법 제310조에 따라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층간소음 문제는 공동주택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인격과 명예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합리적이고 법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모든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위 내용은 판례 분석을 통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의 법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