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집 문을 발로 차고 문고리를 흔들며 침입하려던 행위가 과연 주거침입미수에 해당하는가. 1심에서는 단순한 항의 차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정반대 판단을 내렸다. 같은 사실관계인데도 판사에 따라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판례다. 층간소음 갈등이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로 이어지는지 자세히 알아보겠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노638 판결 - 층간소음 주거침입미수 1심 무죄에서 항소심 벌금 200만원 처벌
사건 개요 - 술에 취해 이웃집 문을 발로 차며 침입 시도
2024년 1월 3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항소부에서 선고된 이 사건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거침입미수 사건이다. 사건번호는 2023노638이며, 원심인 2023고정56 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A는 2022년 4월 26일 오후 12시 40분경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사건을 일으켰다. 그리고 당시 피고인은 동거인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위층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화가 나서 피해자 C씨(여, 44세)가 거주하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 문 앞에서 "씨발, 죽여버리겠다"는 욕설과 함께 "문을 열라"고 소리쳤다. 또한 피해자의 집 출입문 고리를 잡아 흔들고 발로 현관문을 수차례 걷어찼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실제로 집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피해자는 너무 무서워서 건물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건물주가 현장에 와서 피고인을 말렸지만 피고인은 건물주에게도 "위에 사람 데리고 와라, 죽여버린다"고 욕설을 했다. 결국 건물주가 112에 신고했고 피고인은 협박과 주거침입 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1심 판결 - 단순 항의로 보아 무죄 선고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고정56 사건에서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고인이 층간소음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피고인이 욕설을 하거나 문고리를 잡아 흔들었던 시간도 비교적 짧았다고 판단했다.
둘째,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피고인이 피해자를 데리고 오라는 취지로 말했을 뿐 다시 집에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리고 피고인이 이전에도 피해자에게 항의한 적이 있으나 그때도 집에 들어오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았다.
따라서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판결 - 주거침입미수 인정하여 벌금 200만원
서울동부지방법원 항소부는 2024년 1월 30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법원이 1심과 정반대로 판단한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인정
항소심 법원은 무엇보다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문을 열라고 소리치고 문을 발로 차고,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려고 했으나 문이 잠겨 있어서 열리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반면 피고인은 처음에는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차 찾아간 것일 뿐 들어가려고 시도한 적은 없다고 주장을 바꿨다. 또한 이 사건 직후 피해자의 요청으로 현장에 온 건물주와 동거인의 진술도 모두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했다.
더구나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특별한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어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보았다.
주거침입죄의 실행의 착수 기준 적용
항소심 법원은 주거침입죄의 실행의 착수에 대한 법리를 명확히 제시했다. 주거침입죄의 실행의 착수는 실제로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까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구성요건의 실현에 이르는 현실적 위험성을 포함하는 행위를 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피고인의 행위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2차례 층간소음 문제로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 전력이 있었다. 또한 이번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욕설을 하며 문을 열라고 소리치고 발로 현관문을 걷어차는 등의 행위를 했다.
이러한 사건 전후의 경위 및 행위의 동기, 태양, 지속 시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현관문을 여는 경우 그 안으로 들어갈 의사로 행위를 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주거침입미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양형 이유 -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미수에 그쳐
항소심 법원은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불리한 정상으로는 범행의 동기와 경위, 태양 등에 비추어 죄질과 범정이 가볍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다수 있고 이 사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으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도 고려했다.
유리한 정상으로는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자가 실제로 층간소음을 야기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했다. 그 결과 벌금 200만원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선고했다.
1심과 항소심 판단이 엇갈린 이유
같은 사실관계임에도 1심에서는 무죄, 항소심에서는 유죄가 나온 이유는 증거에 대한 평가와 법리 적용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1심은 피고인의 변명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주거침입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반면 항소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으며 다른 증인들의 진술과도 부합한다는 점을 중시했다. 또한 피고인의 이전 행동 패턴과 이 사건 당시의 구체적 행위 태양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주거침입의 고의를 인정했다.
더구나 항소심은 주거침입죄의 실행의 착수에 대한 법리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했다. 즉, 실제로 집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현실적 위험성을 포함하는 행위를 개시했다면 실행의 착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층간소음 판례 모음 층간소음 해결방법 및 보복 현실적인 방법 10가지글을 마치며
이 판례는 층간소음 갈등이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단순히 문을 두드리거나 항의하는 것을 넘어 욕설과 함께 문고리를 흔들고 발로 차는 등의 행위는 주거침입미수로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으며 다른 증거와 부합할 경우 법원은 이를 신빙성 있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전 행동 패턴이나 사건 당시의 구체적 정황도 고의 인정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관리사무소나 층간소음분쟁조정위원회 등 공식적인 해결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상대방의 주거지에 찾아가서 위협적인 언행을 하는 것은 주거침입뿐만 아니라 협박죄까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위 내용은 판례 분석을 통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의 법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