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산분할된 아파트, 전 배우자 비워줘야 할까?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었음에도 자녀 양육이나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상대방 명의의 아파트에 계속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상대방이 판결로 정해진 재산분할금이나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고 있다면, "돈을 줄 때까지는 집을 비워줄 수 없다"며 버티는 상황이 흔히 벌어진다.
과연 전 배우자가 재산분할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와 함께 거주 중인 아파트를 당장 인도하라고 요구할 때 법적으로 집을 비워주고 월세까지 물어내야 할까? 대구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실제 판결을 통해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짚어본다.
📌 판결 핵심 요약
- 이혼 재산분할 판결로 아파트 소유권이 확정된 이상 무단 거주자는 부동산 인도 의무를 부담함
- 상대방이 재산분할금이나 양육비를 미지급했다 하더라도 퇴거 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볼 수 없음
-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퇴거 시까지 매월 시세에 준하는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함
사건의 발단: 이혼 확정 후에도 전 배우자 명의 아파트에 머무른 사연
원고 A는 2021년 3월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아파트의 단독 소유자였다. 이후 부부 사이의 갈등으로 원고 A와 피고 B는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가정법원은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은 각자 명의대로 확정하되, 분할 비율에 따라 부족한 부분은 원고가 피고에게 현금 1억 2,45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최종 확정되었다.
문제는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피고 B가 자녀들과 함께 해당 아파트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발생했다. 원고 A는 자신의 소유권에 기해 아파트를 인도하고, 이혼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아파트를 비워주는 날까지 매월 차임 상당액인 월 787,500원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 구분 | 진행 경과 및 주요 내용 | 법적 결과 |
|---|---|---|
| 이혼 및 재산분할 판결 | 아파트는 원고 단독 소유로 확정, 대신 현금 1억 2,450만 원 정산 명령 | 판결 확정 (2025. 9. 9.) |
| 명의신탁 해지 소송 | 피고가 아파트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 제기 | 피고 청구 기각 확정 |
| 건물인도 청구 소송 |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퇴거 및 월 78만 원대 차임 반환 청구 | 원고 일부 승소 (인도 및 차임 인용) |
피고의 항변: 재산분할금과 양육비도 안 주면서 나가라는 건 권리남용이다?
소송 과정에서 피고 B는 강하게 반발했다. 원고가 이혼 판결에 따른 재산분할금 1억 2,450만 원은 물론 자녀들에 대한 양육비조차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으면서, 어린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보금자리에서 무작정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맞섰다.
즉, 자신이 아파트에서 나가지 못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원고가 돈을 주지 않아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므로, 원고의 퇴거 요구는 오직 자신과 자녀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부당한 권리 행사라는 주장이었다.
법원의 판단: 아파트 즉시 인도 및 월 78만 원 부당이득 반환 선고
대구지방법원은 피고의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건물인도 청구와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법원이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법리에 기초한다.
첫째, 이혼 소송에서 아파트가 원고 단독 소유로 귀속되는 재산분할 판결이 확정된 이상, 피고는 해당 아파트를 점유하여 사용할 법적 권원을 상실했다. 따라서 정당한 권한 없이 남의 집을 사용하는 피고는 소유자인 원고에게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존재한다.
둘째, 피고의 권리남용 주장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권리남용이 성립하려면 권리 행사자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고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과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만 존재해야 하며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야 한다. 원고가 재산분할금이나 양육비를 미지급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소유 부동산을 돌려받으려는 행위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 쟁점 사항 | 당사자 주장 | 법원의 최종 판단 |
|---|---|---|
| 부동산 인도 의무 | 피고: 재산분할금 미지급으로 퇴거 불가 주장 | 인용 (점유 권원 상실로 즉시 인도해야 함) |
| 권리남용 여부 | 피고: 양육비 미지급 및 자녀 거주로 권리남용 주장 | 배척 (권리남용 엄격 요건 미충족) |
| 부당이득 시작 시점 | 원고: 판결 확정 다음 날(2025. 9. 10.)부터 청구 | 일부 인용 (소장 송달 다음 날인 2025. 11. 20.부터 기산) |
셋째, 부당이득금의 기산 시점에 관하여 법원은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원고는 이혼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월세를 요구했으나, 부당이득 반환 채무는 이행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므로 채권자의 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 책임이 발생한다. 원고가 소 제기 이전에 퇴거 청구를 했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이 사건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인 2025년 11월 20일부터 실제 인도 완료일까지 월 787,5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혼 후 부동산 점유와 퇴거 분쟁에서 주의해야 할 핵심 쟁점
이번 판결은 이혼 후 재산분할 집행과 부동산 인도 의무가 법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 재산분할금 미지급과 부동산 인도는 동시이행 관계가 아니다: 판결문에서 동시이행을 명시하지 않는 한, 상대방이 재산분할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동산 인도를 거부할 법적 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
- 퇴거가 늦어질수록 부당이득금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소유권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거주하면 매월 시세 상당의 임료를 부당이득으로 물어주어야 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재산상 큰 손실을 입게 된다.
- 미지급된 재산분할금과 양육비는 별도 강제집행으로 해결해야 한다: 상대방이 금전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퇴거를 거부하며 버틸 것이 아니라, 확정 판결문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상대방 명의 재산에 압류나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
- 인도 청구 시점부터 차임 채무가 기산된다: 소유자 입장에서도 판결 확정 후 곧바로 내용증명 등을 통해 명확한 인도 청구 의사를 전달해야 부당이득금 기산일을 앞당길 수 있다.
이혼 후 부동산 정리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다면 감정적인 대치로 버티기보다는, 법률 관계의 분리와 집행 절차를 명확히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불필요한 차임 손해를 막을 수 있다.
본 글은 대구지방법원 2025가단108977 판결을 기초로 하여 일반적인 법률 상식을 돕기 위해 작성된 해설 글이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재판 정황에 따라 법적 판단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소송 및 분쟁 발생 시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