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는 중범죄이지만 선고유예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실제 판결문을 바탕으로 어떤 경우에 선처를 받는지, 법원이 선고유예를 결정한 6가지 사례의 핵심 양형사유와 공통점을 자세히 분석해 보자.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무고죄'는 국가의 사법 기능을 해치고 개인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이다. 그래서 법원 역시 무고죄를 매우 엄중하게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든 무고죄에 실형이나 무거운 벌금형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법원이 '선고유예'라는 선처를 내리기도 하는데, 과연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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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고죄 처벌 선고유예 사례 분석 총정리 (선처 받는 6가지 이유) |
1. 무고죄 그리고 선고유예 핵심 개념
본격적인 사례 분석에 앞서, 무고죄와 선고유예의 기본 개념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 개념을 알아야 법원의 판결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무고죄 개념 요약
무고죄란, 타인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 등에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범죄이다. 여기서 핵심은 ① 처벌받게 할 '목적'과 ②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알면서도 신고해야 성립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헷갈렸거나 사실이라고 믿고 신고한 경우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선고유예 뜻 그리고 효과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형의 선고 자체를 미루어 주는 판결이다. 말 그대로 형을 선고하는 것을 '유예(미룬다)'하는 것이다.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2년 동안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무사히 기간을 보내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은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되므로, 피고인에게는 매우 유리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2. 무고죄 처벌 선고유예 실제 판례 분석
그렇다면 실제 법원에서는 어떤 경우에 무고죄에 대해 선고유예라는 관대한 처분을 내렸을까? 6가지 실제 판례를 통해 그 구체적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판례 ①: 자신을 고소하게 만든 자기무고 교사 (청주지방법원 2023. 10. 26. 선고 2022고단3004)
사건 개요: 동생 B는 남편의 사망 유족급여 수급 방법을 바꾸고 싶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언니 A가 "내가 서류를 위조했다고 나를 허위 고소해라. 내가 처벌받으면 방법이 생길지 모른다"고 동생을 교사하여 자신을 고소하게 만든 사건이다.
선고유예 이유:
법원은 이 행위가 무고죄 및 무고교사죄에 성립한다고 보면서도, ① 피무고자(언니 A)가 스스로 자신을 무고하라고 교사한 점이 '자기무고'와 유사하여 처벌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②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③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④ 동생 B가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점, ⑤ 두 사람 모두 초범이거나 경미한 처벌 전력만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판례 ②: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허위 신고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2. 9. 28. 선고 2022고단196)
사건 개요: 군 복무 중이던 피고인(당시 일병)이 병장 등과 공모하여, 상사에 대해 '성희롱, 폭언 등을 한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외부 친구를 통해 부대장에게 신고하게 한 사건이다.
선고유예 이유:
① 범행이 병장에 의해 주도되었고, 당시 계급이 낮았던 피고인의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보았다. ② 허위 신고로 인해 피무고자가 실제로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 ③ 피무고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④ 피고인이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등을 이유로 선처했다.
판례 ③: 우발적 감정으로 인한 허위 신고 후 자백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8. 2. 2. 선고 2017고단1052)
사건 개요: 피고인이 의붓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는 것을 보고 화가 나, 112에 "의붓아버지가 내 얼굴을 때렸다"고 허위 신고를 한 사건이다.
선고유예 이유:
① 다툼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신고에 이른 점을 참작했다. ② 수사기관에서 곧바로 신고 내용이 허위임을 인정하고 자백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형법 제157조, 제153조에 따라 자백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③ 초범이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선고를 유예했다.
판례 ④: 홧김에 한 강제추행 허위 신고 후 빠른 자수 (의정부지방법원 2018. 8. 22. 선고 2018고단2154)
사건 개요: 피고인이 남자친구와 성관계 후 다투다가, 남자친구가 혼자 모텔을 나가버리자 화가 나 "강제로 옷을 벗기는 등 추행을 당했다"고 허위 진술서를 제출한 사건이다.
선고유예 이유:
① 무고 신고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스스로 수사기관을 다시 찾아가 고소를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매우 중요하게 판단했다. ② 피무고자인 남자친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③ 초범이며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종합해 선처했다. 이 역시 빠른 자백이 선고유예의 핵심적인 이유가 된 사례이다.
판례 ⑤: 경솔한 판단으로 인한 허위 고소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1. 8. 18. 선고 2020고정704)
사건 개요: 피고인이 지인과 함께 휴대폰을 개통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인이 내 명의를 도용해 휴대폰을 개통했다"며 사문서위조 등으로 허위 고소한 사건이다.
선고유예 이유:
법원은 구체적인 양형 사유를 길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판결문에서 "사건의 경위와 무고에 대한 인식의 정도 등 참작" 이라고 밝혔다. 이는 피고인이 법리적 오해나 경솔한 판단으로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고, 악의적인 목적보다는 다른 분쟁 해결 과정에서 비롯되었을 정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초범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판례 ⑥: 비현실적 주장으로 처벌 위험성이 낮았던 사건 (수원지방법원 2014. 12. 24. 선고 2014고단3627)
사건 개요: 70대 고령의 피고인이 "피고소인이 구치소에서 몰래 빠져나와 나를 추행했다"는 등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내용으로 강제추행 허위 고소를 한 사건이다.
선고유예 이유: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 내용 신빙성이 매우 빈약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고소로 실제 피고소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고 판단했다. 즉, 허위 고소 자체는 성립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황당하여 국가의 사법 기능이 실질적으로 방해받을 위험이 낮았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여기에 고령이고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도 고려되었다.
※ 개별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정확한 법률 검토는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란다.
3. 무고죄 선고유예,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 (공통점 분석)
위 6가지 판례를 종합해 보면, 법원이 무고죄에 대해 선고유예라는 선처를 내리는 데에는 몇 가지 뚜렷한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사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아래 요소 중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선고유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 무고죄 선고유예 판결의 핵심 공통분모
• 수사 초기 단계에서 허위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범행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감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 악의적인 목적보다는 우발적인 감정, 경솔한 판단, 다른 문제 해결을 위한 잘못된 시도 등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을 때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다.
• 허위 신고로 인해 피무고자가 구속되거나 실질적인 처벌을 받을 위험이 낮았거나, 수사력 낭비가 크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선처의 가능성이 있다.
• 무고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중요한 양형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 동종 범죄는 물론 다른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경우, 재범의 위험이 낮다고 보아 선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주하는 질문
Q: 선고유예는 집행유예와 어떻게 다른가요?
A: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 자체를 미루는 것이고,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하되 그 집행을 미루는 것입니다. 집행유예는 전과기록에 남지만, 선고유예는 2년이 지나면 면소(기록 말소) 간주되어 사실상 전과가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훨씬 유리한 처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무고죄로 자백만 하면 무조건 선고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아니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백은 매우 중요한 감경 사유이지만, 범행 내용이 매우 악의적이거나 피무고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 경우(예: 구속, 실직 등)에는 자백을 하더라도 실형이나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고유예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Q: '자기무고'는 원래 처벌받지 않나요?
A: 네, 스스로를 허위로 고소하는 '자기무고' 자체는 무고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판례 ①번처럼, 다른 사람을 시켜서(교사하여) 자신을 고소하게 만들면 그 다른 사람은 무고죄, 시킨 사람은 '무고교사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Q: 선고유예 기간(2년) 안에 다른 범죄를 저지르면 어떻게 되나요?
A: 유예되었던 형이 그대로 선고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벌금 40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은 사람이 2년 안에 다른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되면, 유예했던 벌금 400만원을 내야 합니다. 따라서 선고유예 기간에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Q: 성범죄 무고의 경우에도 선고유예가 가능한가요?
A: 가능성은 있지만 매우 어렵다고 보아야 합니다. 성범죄 무고는 피무고자의 인생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중요무고'로 분류되어 훨씬 엄하게 처벌됩니다. 판례 ④, ⑥번처럼 강제추행 무고 사건에서 선고유예가 나온 경우가 있지만, 이는 매우 신속하게 자백하거나 주장이 비현실적이었던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번 시간에는 무고죄 처벌 관련하여 선고유예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보았다. 무고죄는 원칙적으로 엄벌에 처해야 마땅한 중범죄이지만, 법원은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범행 후의 태도, 실제 피해 발생 여부 등을 세심하게 살펴 '한 번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최대한 빨리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즉 '신속한 자백'과 '진지한 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러 판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항상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 주의사항: 본 포스트는 대법원 판례정보 등 공신력 있는 법률기관의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소송 대리를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정황에 따라 법률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법률 문제나 분쟁이 있는 경우 반드시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와 직접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