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부 선후배 관계부터 찜질방에서의 일반인 강요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 강요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분석한다. 무죄부터 실형까지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와 법원의 구체적인 양형 기준을 자세히 알아보겠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2고단1086 배구부 강요 사건
사건 개요
2023년 6월 14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선고된 사건이다. F고등학교 배구부에서 발생한 폭행, 협박, 강요 사건으로 피고인 4명이 기소됐다.
피고인 C는 피해자 E의 1년 선배로 함께 F고등학교 배구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피고인 C는 2021년 6월 중순경부터 같은 해 8월 초순까지 계속하여 구미시에 있는 F고등학교 배구부 숙소에서 강요 행위를 했다.
배구부는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후배가 선배의 요청을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쉽게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이를 이용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은 후배인 피해자에게 "내가 잠이 들 때까지 1시간 동안 손을 주물러라"라고 지시했다.
피해자로부터 '힘이 드니 그만하면 안되겠냐'는 말을 들었음에도 "맞고 만질래 그냥 만질래, 니가 내 손만져주면 아무도 너 안건드리잖아, 만져 씨발"이라고 하며 계속하여 손을 주무르도록 했다. 이는 명백한 협박을 통한 강요 행위였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C에게만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 A, B, D에 대한 공소는 모두 기각했다.
#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는 것으로, 2년간 다른 죄를 짓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법원 판단이유(양형사유)
법원은 피고인 C의 범행에 대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피고인이 위계질서의 지위가 엄격한 배구부 선후배 관계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한 점에서 그러했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운동부 내 위계질서 하에서 후배가 느꼈을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유리한 정상들이 더 많이 고려됐다. 우선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는 점을 들었다. 법정에서 보인 피고인의 태도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이었다. 이는 양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피고인이 초범인 점도 참작됐다. 법원은 "개전의 정상이 뚜렷할 뿐 아니라 대학생인 피고인에게 건전한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지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젊은 나이의 초범자에 대한 교육적 고려가 반영된 것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노667 야구부 폭력 항소심 판결
사건 개요
2024년 6월 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항소심 사건이다. C고등학교 야구부에서 발생한 특수폭행, 강요, 공갈 사건으로 검사가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피고인 A는 피해자 B의 C고등학교 야구부 1년 선배였다. 피고인은 야구부 동기인 D와 함께 2014년 말경부터 C고 체육관, 운동장, 웨이트장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에게 'E'이라고 부르면 '젖꼭지'라고 대답하게 한 후, 피해자가 스스로 젖꼭지를 잡고 돌리며 성적 수치심이 들게 하는 노래와 율동을 시켰다고 한다. 또한 피고인의 자취방 청소와 빨래를 하게 하는 등의 강요 행위도 있었다고 주장됐다.
가장 심각한 것은 2015년 8월 19일 전기 파리채 사건이었다. 피고인과 D이 웨이트장에서 전기 파리채로 모기를 잡다가 스파크가 튀는 것을 보고 피해자에게 손가락을 넣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거부하자 강제로 손을 잡고 전기 파리채에 넣어 감전시켰다고 했다.
또한 2015년 1월 대만 전지훈련 중에는 피해자의 라면을 빼앗기 위해 피해자를 폭행하고 40분간 머리박기를 시킨 후 라면을 갈취했다고 주장됐다.
법원의 판단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원심 판결을 대부분 유지했다. 원심 판결 중 일부를 직권으로 파기하고 나머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봤다.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이유(양형사유)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피고인의 일정과 관련된 객관적 증거들이었다.
피고인이 2015년 6월 30일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8월 17일부터 26일까지 소집됐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야구협회의 공식 회신에 따르면 국내 강화훈련기간 동안 피고인이 학교 대회에 출전한 기록이 없었다. 학생부장의 확인서에서도 피고인이 국가대표 소집으로 부산 대회에 동행하지 않았다고 명시됐다.
그런데 피해자는 피고인이 국가대표 소집 기간인 2015년 8월 19일에 학교 웨이트장에서 전기 파리채 사건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위 기간에 피고인이 피해자가 주장하는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의 자취방 관련 증거도 중요했다. 피고인은 2015년 6월 말경 프로 지명을 받고 자취방에서 퇴거했다고 주장했다. 동기 S의 어머니가 제출한 확인서와 전입신고 기록, 월세 송금 내역 등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그 이후 시점에도 피고인의 자취방에서 청소와 빨래를 했다고 진술했다.
무엇보다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문제가 심각했다. 전기 파리채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피해자나 L이 전기 파리채에 손가락을 넣은 순서, L의 머리에 전기 파리채를 비빈 시점 등 핵심 부분에서 진술이 계속 바뀌었다.
대만 전지훈련 사건에서도 같은 방을 쓴 동료들이 피해자의 주장과 다른 증언을 했다. 피해자와 같은 방을 사용한 W는 "라면 때문에 얼차려 받거나 피해자만 병뚜껑에 머리박기를 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더욱이 2015년 3월 같은 학교에서 대대적인 폭력 사건이 터져 경찰이 전수조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피고인 관련 신고가 없었다는 점도 의문스러웠다. 법원은 "피해자 외에도 여러 야구부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대대적인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신고가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무료 국선변호사 선임조건, 방법 알아보기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3고단1218 찜질방 강요 사건
사건 개요
2024년 2월 1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선고된 강요 사건이다. 피고인 A가 동네 후배인 피해자 B(16세)를 찜질방에서 강요한 사건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그 내용은 매우 심각했다.
2023년 1월 11일 12시 46분경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D사우나'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라고 했지만 피해자가 거절했다.
이에 피고인은 "너 형한테 맞고 싶냐, 안 맞아서 그러냐"라고 협박했다.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됐고, 팔벌려 높이 뛰기, 뛰어서 찜질방 돌기 등을 하게 됐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날 13시 40분경에는 피해자의 팔을 잡아끌고 등을 밀쳐 잠자고 있던 다른 후배 E를 깨우게 했다. 14시 22분경에는 사다리게임을 하게 한 다음 벌칙으로 팔굽혀 펴기를 시켰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를 흡연실로 데리고 가 또다시 춤을 추게 했다. 전체적으로 약 1시간 40분 동안 지속적으로 강요 행위가 이어졌으며, 이 모든 과정이 CCTV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법원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4월을 선고했다.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아닌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법원이 이 사건을 상당히 무겁게 본 것이다.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 CCTV 등 객관적 증거도 명확했기 때문에 사실관계에는 다툼이 없었다.
법원 판단이유(양형사유)
법원은 이 사건의 죄질을 매우 불량하다고 평가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나이와 취약성이었다.
범행에 취약한 만 16세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이라는 점을 법원은 특히 중시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범행은 그 자체로도 죄질이 불량하지만, 더욱이 선후배 관계를 이용한 것이어서 더욱 나빴다.
시간적 지속성도 문제였다. 약 1시간 40분 동안 계속해서 강요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이었다고 봤다.
강요된 행위의 내용도 심각했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팔벌려 높이뛰기, 뛰어서 찜질방 돌기, 팔굽혀 펴기 등 피해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들을 반복적으로 시켰다.
피해 회복 노력의 부족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었다. 이는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과 분노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피고인의 전과도 고려됐다. 폭행죄로 1회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소년보호사건 송치처분을 수회 받은 전력도 있었다. 이는 피고인이 폭력적 성향을 반복적으로 보여왔음을 나타낸다.
다만 유리한 정상도 있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과 위 1회 벌금형 외에는 다른 전과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200만 원을 공탁한 점도 참작됐다. 하지만 이러한 유리한 정상들보다는 불리한 정상들이 더 무겁게 평가된 결과 실형이 선고됐다.
공갈죄 사기 등 재산 범죄 판례 모음 바로가기글을 마치며
이번에 분석한 3건의 판례는 모두 강요죄와 관련된 사건들이지만 그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선고유예부터 무죄, 그리고 실형까지 상반된 판결이 나온 이유를 살펴보면 강요죄의 핵심 요소들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 증거의 존재 여부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사건에서 보듯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유죄 인정이 어렵다. 국가대표 소집 기록, 출입국 기록, 자취방 계약 관계 등 객관적인 증거가 피해자 진술과 배치될 경우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
반면 수원지법 안양지원 사건처럼 CCTV라는 명확한 객관적 증거가 있고 피고인도 범행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실형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미성년자 피해자, 지속적인 괴롭힘, 피해 회복 노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법원이 엄중하게 처벌한다.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 중 하나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사건에서 보듯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선고유예까지도 가능하게 만든다. 더욱이 피고인이 초범이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법원은 교육적 고려를 우선시할 수 있다.
강요죄는 단순히 물리적 폭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계질서나 선후배 관계 등을 이용해 상대방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성립한다. 하지만 그만큼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 증거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이 판례들은 분명히 보여준다.
"본 포스트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구체적인 법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