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 후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 2020다269794 판결

개인파산 면책을 받은 후 채무자가 "다시 갚겠다"고 약속한 채무재승인약정이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 1억 2천만원을 빌려준 채권자가 면책 후 새로운 차용증을 받고 소송을 제기한 실제 사건을 통해 대법원이 제시한 엄격한 판단 기준을 알아보겠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다269794 판결 - 면책 후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

사건 개요와 기본 정보

이 사건은 2021년 9월 9일 대법원에서 선고된 2020다269794 약정금등 사건이다. 그리고 대법원 3심에서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진 중요한 판례다.

원고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피고에게 총 1억 2,800만원을 대여했다. 하지만 피고는 2012년 7월 26일 파산선고를 받았고, 2014년 8월 29일 면책결정을 받아 확정되었다. 따라서 원고의 대여금 채권도 법적으로 면책되어 더 이상 강제징수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면책결정 확정 후인 2015년 8월 13일 1억 8천만원 차용증을 작성했다. 또한 2019년 1월 21일에는 9천만원 차용증을 다시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시점에 원고가 피고에게 돈을 새로 빌려준 사실이 전혀 없었다.

1심과 2심 판결 결과

원고는 이 차용증들을 근거로 약정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법원은 면책 후 작성된 차용증이 유효한 채무재승인약정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고는 자신이 원고의 독촉에 의해 부득이하게 차용증을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더구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대법원의 핵심 판단 기준

대법원은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인정하기 위한 엄격한 요건을 제시했다. 채무자회생법 제566조에 따르면 면책을 받은 개인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여기서 면책이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파산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면책제도의 취지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개인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와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는 데 있다.

따라서 면책결정 확정 후 채무재승인약정이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거나 확정된 면책결정의 효력을 잠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채무재승인약정 효력 인정의 3가지 요건

대법원은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인정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건을 명확히 제시했다.

첫째, 채무자가 면책된 채무를 변제한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즉,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가 이미 면책되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자신의 자발적인 의사로 위 채무를 변제하기로 약정했을 것이다. 따라서 채권자의 강압이나 독촉에 의한 것이 아닌 순수한 자발적 의사가 있어야 한다.

셋째, 위 약정으로 인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채무자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종합적 판단 기준

대법원은 위 요건들을 판단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하게 된 동기 또는 목적을 살펴봐야 한다. 또한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한 시기와 경위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마지막으로 당시 채무자의 재산과 수입 등 경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과 그 의미

대법원은 원심이 위와 같은 사정들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피고가 자발적으로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했는지,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을 추가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이는 하급심에서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너무 쉽게 인정했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보여준다.

이 판결은 면책 후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대법원의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더구나 면책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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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이 판례는 개인파산 면책제도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법원의 중요한 판단이다. 그리고 단순히 면책 후 "갚겠다"는 약속만으로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1억원 이상의 고액 채무에 대한 재승인약정은 대부분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면책을 받은 채무자들은 이 판례를 통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면책 후 채무 회수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애초에 금전거래 시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거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위 내용은 일반적인 법적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적 자문을 대체할 수 없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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