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떨어진 45만원 지갑을 주워 가져가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더구나 절도죄로 전과가 있는 누범 기간 중에 이런 행위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이 2020년 이런 상황에서도 벌금 200만원이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선고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누범자에게도 관대한 판결을 내린 법원의 판단 근거와 양형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겠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0고단577 판결 - 누범자가 시장에서 45만원 지갑 주운 점유이탈물횡령 사건
사건 개요 및 기본 정보
2020고단577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은 2020년 7월 6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선고된 1심 판결이다. 이 사건은 아산시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분실물 습득 사건으로 피고인이 누범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피고인은 A씨이고 신금재 검사가 기소를 담당했다. 또한 이병래 검사가 공판을 진행했고 최재원 판사가 단독으로 재판을 맡아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는 별도의 변호인 선임 기록이 없어 국선변호인이 변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범죄 사실
피고인 A씨는 2020년 2월 24일 오후 5시 33분경 아산시 B시장 내 C 앞길에서 특별한 발견을 했다. 피해자 D씨가 두부를 구입한 후 주머니에 넣고 가던 중 바닥에 떨어뜨린 지갑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지갑에는 현금 45만원 상당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피고인은 **분실물을 발견한 후 올바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습득자가 피해자에게 반환하거나 관련 기관에 신고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러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피고인이 **가질 의사를 가지고** 해당 지갑을 가져갔다는 점이다. 이는 명백한 불법영득의사를 가진 행위로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법원의 판단과 선고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피고인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더구나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다.
이는 형법 제360조 제1항의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적용한 것이다.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벌금 200만원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형량을 선고했다. 하지만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택한 것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형에 영향을 미친 특별한 사정들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피고인이 누범 기간 중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피고인은 2017년 4월 20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야간주거침입절도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2018년 3월 16일 대구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했다.
따라서 이 사건 범행 시점인 2020년 2월은 **형 집행 종료 후 5년 이내의 누범 기간**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재범을 저질렀으므로 법원도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
관대한 양형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형량을 선고한 이유가 있다. 먼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이 사건 피해가 사회통념상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 중요한 것은 피고인의 개인적 사정이다. **피고인이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생활형편이 좋지 않고** 상당한 기간 구금생활을 한 점이 고려되었다. 이는 단순한 탐욕보다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범행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법원은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또한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까지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이번에 한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고 명시했다.
CCTV와 증거 채택
이 사건에서도 객관적 증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법원이 채택한 증거로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이 가장 중요했다.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했기 때문에 사실관계 다툼은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 D씨가 작성한 진술서 및 수사과정 확인서가 채택되었다. 더구나 **각 CCTV 화면사진**도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처럼 객관적 영상 증거가 범죄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수사보고서 중에서도 피의자 특정에 관한 부분이 별도로 증거 목록에 포함된 것을 보면 초기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납명령의 의미
이 판결에서 특이한 점은 **가납명령**까지 선고되었다는 사실이다. 가납명령은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할 능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는 앞서 언급한 피고인의 경제적 어려움과 연결된다. 법원이 피고인의 생활형편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근거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또한 벌금 200만원이라는 상당한 액수를 고려할 때 현실적인 조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점유이탈물 횡령 판례글을 마치며
이 판례는 점유이탈물횡령죄에서 양형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누범 기간 중 재범이라는 불리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자백과 반성, 경제적 어려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상대적으로 관대한 형량이 선고되었다.
특히 **"이번에 한하여"**라는 법원의 표현은 다음 범행 시에는 더 엄중한 처벌이 예상된다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가납명령까지 선고된 것은 피고인의 실질적인 지급능력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분실물을 습득했을 때는 반드시 올바른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타인의 재물을 부당하게 취득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