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199%의 만취상태로 56km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피고인이 "사고를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다. 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 시 어떤 기준으로 고의성을 판단하는지, 그리고 만취상태 장거리 운전의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겠다.
![]() |
음주운전 0.199% + 도주치상 징역 1년 선고 2022고단1502 판례 |
창원지방법원 2022고단1502 판결 - 만취상태 도주치상 사건 분석
사건 기본 정보와 판결 결과
이 사건은 창원지방법원에서 2022년 9월 29일 선고된 1심 판결이다. 사건번호는 2022고단1502이며, 피고인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등 2개 죄목으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거운 실형이 선고된 이유는 무엇일까?
만취상태 장거리 운전의 실상
이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피고인의 극도로 위험한 만취운전이다. 피고인은 2022년 1월 15일 21시부터 22시 11분까지 강원도 정선군에서 충북 제천시까지 약 56.3km에 이르는 긴 거리를 운전했다.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9%로 면허취소 기준(0.08%)의 2배가 넘는 만취상태였다. 더구나 법원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목적지인 김해시까지 계속 운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에게는 음주운전으로 2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상습성도 문제가 되었다.
사고 발생 경위와 충격의 정도
2022년 1월 15일 21시 50분경 강원도 영월군 반송터널 부근 38번국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피고인은 운전 중 불상의 이유로 편도 2차선 도로의 2차로에 정차해 있었다.
당시는 야간이었고 차량 통행이 빈번한 자동차전용도로였다. 더구나 피고인은 비상등도 켜지 않은 채 약 10분간 정차해 있었다. 이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극도로 위험한 행위였다.
그러던 중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피해자 B가 운전하는 스파크 승용차가 피고인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뒤 범퍼 부분을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은 매우 컸다. 피해 차량은 앞 범퍼가 완전히 떨어져 나갔고 에어백이 2개나 터졌으며 결국 폐차되기에 이르렀다.
악질적인 도주 행위
사고 후 피고인의 행동은 더욱 악질적이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더구나 피고인 차량에는 피해 차량의 부서진 범퍼가 매달린 채 도주했다.
피해자는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차에서 내려 피고인 차량 운전자를 확인하려는데 그쪽으로 다 가기도 전에 피고인 차량이 출발해서 가버렸다"고 진술했다. 또한 "도로에 다른 차량이 있었음에도 피고인 차량이 바짝 붙어서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사고 발생 약 20여분 후 경찰관이 피고인 차량을 추격한 끝에 검거했다. 당시에도 피고인 차량 뒷부분에 피해 차량의 부서진 앞 범퍼가 매달려 있었다. 이는 피고인이 도주하는 동안 상당한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을 것임을 보여준다.
피고인의 거짓 주장과 법원의 엄중한 판단
피고인은 법정에서 "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졸다가 깨어나 차를 출발시킨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도주치상죄의 성립 요건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다. 사고로 인한 피해자 사상 사실에 대한 인식은 확정적일 필요가 없고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확인했다면 쉽게 사고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미필적으로라도 도주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법원이 피고인 주장을 배척한 결정적 증거들
법원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 근거를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첫째, 사고 충격이 매우 컸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에어백이 2개나 터지고 충격이 매우 컸기 때문에 사고를 인식하지 못할 수가 없다"고 진술했다.
둘째, 목격자의 명확한 진술이 있었다. 사고 전 피고인 차량이 정차해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 목격자는 "'쾅'하는 소리가 아주 크게 났다"고 진술했다. 셋째, 피해 차량 범퍼가 매달린 상태로 도주했다는 점이다.
넷째, 피고인이 자동차전용도로 한복판에서 잠들었다 깬 사람이 주변 상황도 확인하지 않고 차량을 출발시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섯째, 피고인이 검거 직후 음주측정 결과에 불복하며 혈액채취를 요청한 것으로 보아 사물을 제대로 변별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고 봤다.
실형 선고 이유 - 유리한 정상 vs 불리한 정상
법원은 유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음주운전은 인정한 점, 피해자 상해 정도가 아주 중하지 않은 점,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불리한 정상이 훨씬 많았다. 음주운전의 사회적 위험성과 해악, 56.3km에 이르는 장거리 만취운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잠들 정도의 위험한 운전, 그리고 음주운전으로 2회 처벌받은 전력 등이 고려되었다.
특히 법원은 "운전 중 자동차전용도로 2차로에서 잠들 정도로 도로교통상 위험이 상당히 컸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판례가 확립한 중요한 법리
이 판례는 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 시 고의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 사고 인식에 대해서는 확정적 인식이 아닌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상식적으로 사고를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확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도주 의사가 있다고 추정한다.
특히 만취상태 장거리 운전에 대해서는 매우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56km라는 장거리를 0.199%의 만취상태로 운전한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도의 위험한 행위로 평가된다.
다양한 음주운전 판례 바로가기 도로교통법 및 교통사고 판례 바로가기글을 마치며
이 판례를 통해 우리는 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를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도주치상죄를 면할 수 없으며, 객관적 상황과 정황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만취상태에서의 장거리 운전은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한 행위이며, 사고 발생 시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된 것은 만취상태 장거리 운전과 도주 행위의 악질성 때문이다.
따라서 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 되며, 만약 사고가 발생했다면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음주운전은 본인뿐만 아니라 무고한 타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이 사례가 명확히 보여준다.
"본 글은 판례 분석을 위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법적 문제가 있으시면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