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성능 불만족으로 물품대금 지급거부 한계 2013가단18620

장비를 구매했는데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대금을 안 줘도 되는가? 이 판례는 사우디아라비아 공사현장에서 수평보링추진기 시운전 중 편차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9,350만원 상당의 장비 대금 지급을 거부한 사건이다. 그리고 법원이 단순한 성능 불만족만으로는 계약 해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중요한 사례의 쟁점과 판단 기준을 알아보겠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3가단18620 판결 - 장비 성능 불만족으로 물품대금 지급거부 한계


사건 개요 및 기본 정보

2015년 3월 11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선고된 이 사건은 장비 매매계약을 둘러싼 물품대금 분쟁이다. 사건번호는 2013가단18620(본소 물품대금)과 2014가단111533(반소 물품대금)이며, 개인 원고와 법인 피고 간의 본소·반소가 동시에 진행된 민사 1심 판결이다.

피고 주식회사 B는 한화건설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의 수평천공작업을 도급받았다. 그리고 공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2013년 3월 원고 A로부터 수평보링추진기 및 관련 장비를 1억 4,500만원에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또한 계약금으로 6,000만원을 먼저 지급한 상태였다.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은 단순명확했다. 2013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장비를 인도하고 시운전까지 완료했으므로, 피고는 약정한 잔금 9,3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약 조건을 모두 이행했으므로 정당한 대금 청구권이 있다고 했다.

반면 피고는 시운전 결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상하 편차가 115cm, 좌우 편차가 ±40cm나 발생하여 정밀한 수평천공작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큰 편차로 인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계약서 제6조에 따라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했다. 따라서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 오히려 기지급한 계약금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 및 선고 결과

법원은 원고의 본소청구를 전면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했다. 판결 주문에 따르면 피고는 원고에게 9,35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지연손해금은 2013년 6월 8일부터 8월 22일까지는 연 5%, 그 이후는 연 20%가 적용되었다.

법원이 피고 패소 판결을 내린 핵심 근거는 계약 해제 사유 부족이었다. 시운전에서 편차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계약서 제6조의 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피고가 시운전 직후에도 계속해서 장비를 사용하여 나머지 공사를 완료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특히 피고의 모순된 행동이 결정적이었다. 편차 발생을 이유로 장비가 쓸모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해당 장비로 남은 공사를 모두 완료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화건설이 공사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피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계약 해제 요건과 입증 책임

이 판례의 핵심은 단순한 성능 불만족과 계약 해제 사유의 구별이다. 법원은 장비의 특성상 어느 정도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계약서에 구체적인 오차 범위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의 토질 조건이 국내와 다르다는 점도 고려했다.

피고가 작성한 작업완료확인서는 단독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계약 해제를 주장하는 쪽에서 명확한 계약 위반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단순한 편차 발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피고 임원이 향후 다른 공사에서도 해당 장비 사용을 문의했다는 사실도 계약 해제 주장과 모순된다고 보았다.


장비 매매계약의 특수성

건설장비 매매계약에서는 현장 조건과 사용 목적이 중요하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사전에 현장의 지질 조건을 원고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상부는 단단한 자갈층, 하부는 연약한 모래층으로 구성된 복잡한 지질 조건이었다.

법원은 이런 현장 조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발생한 편차가 장비 자체의 결함인지, 현장 조건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보았다. 더구나 피고가 시운전 후에도 계속 장비를 사용하여 공사를 완료했다는 것은 장비가 계약 목적에 부합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실무상 시사점

이 판례는 장비 구매업체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계약서에 성능 기준과 허용 오차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장 조건이 특수한 경우 이를 사전에 판매업체에 알리고 계약 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둘째, 장비 성능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즉시 계약 해제를 주장하기보다는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불만 사항이 있으면서도 계속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계약 해제 주장에 치명적이다. 더구나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인도와 시운전 완료 후 대금 청구권이 발생하므로, 구매업체의 일방적인 성능 불만족 주장만으로는 대금 지급을 거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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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법률 전문 블로거로서 이 판례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계약서 작성의 정밀성이다. 특히 건설장비 같은 고가 장비 매매에서는 성능 기준, 검수 방법, 하자 판정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이다.

또한 구매업체는 성능에 불만이 있더라도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계약 해제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해당 장비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모순된 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판매업체는 장비 인도와 시운전 완료 후 정당한 대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명확한 계약 위반이 입증되지 않는 한 대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본 포스트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법적 문제가 있으시면 반드시 변호사나 법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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